라라랜드 (OST 감정 설계, 실패의 낭만, 연출)
「라라랜드」는 개봉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뮤지컬 로맨스를 넘어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OST를 통한 감정의 선행 설계, 실패를 포장하지 않는 정직한 태도, 그리고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연출의 거리두기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을 분석해봅니다.
OST 감정 설계
라라랜드를 떠올릴 때 많은 관객들은 특정 장면보다 음악을 먼저 기억합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결과입니다. 이 영화의 OST는 단순히 배경을 채우는 요소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직접 이끄는 주체로 작동합니다. 재즈를 기반으로 한 멜로디는 화려하거나 과시적이지 않지만, 반복될수록 인물의 감정과 함께 변주되며 관객의 기억 속에 각인됩니다. 특히 오프닝 곡은 영화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선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상의 피로와 현실의 무게 속에서도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노래와 군무는, 이 영화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위에 서 있음을 단번에 보여줍니다. 중요한 점은 이 환상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음악은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단순해지고, 감정의 여백을 남깁니다. 이러한 OST의 구성은 "꿈은 언제나 같은 온도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은근하게 전달합니다.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는 일부러 완벽하지 않은 연주를 남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에는 미세한 템포 차이나 호흡의 흔들림이 존재하는데, 이는 캐릭터의 미숙함과 감정 상태를 반영하기 위한 의도된 선택이었습니다. 이러한 불완전함은 오히려 진정성을 더하며, 음악이 감정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임을 암시합니다. 음악이 기억을 앞서 점유하고, 장면은 그 뒤늦은 증명처럼 따라온다는 점에서 라라랜드의 OST는 단순한 사운드트랙을 넘어 감정의 선행 신호로 기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관객들이 영화를 본 지 오래 지난 후에도 특정 멜로디만 들으면 영화 전체의 감정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실패의 낭만
라라랜드는 흔히 '꿈을 응원하는 영화'로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꿈이 남기는 상실감을 더 정직하게 다루는 작품입니다. 많은 뮤지컬 영화들이 노력 끝의 성공을 강조하는 반면, 이 영화는 선택의 결과로 생기는 단절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이는 라라랜드를 둘러싼 흔한 오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지점입니다. 이 영화는 꿈을 응원하지만, 그 대가로 무엇이 사라지는지는 끝까지 숨기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꿈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는 조금씩 어긋납니다. 영화는 이를 갈등이나 비극으로 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사소한 어긋남, 타이밍의 불일치로 표현합니다. 갈등을 극적으로 폭발시키는 대신, 타이밍의 어긋남과 미묘한 거리감으로 관계의 균열을 표현했다는 점이 매우 설득력 있습니다. 오히려 그 절제 덕분에 이별과 선택의 무게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점이 라라랜드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또 하나의 독특한 지점은 완벽한 순간이 잠깐 스쳐 지나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이 영화는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가정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가정이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도 분명히 합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를 초반 기획 단계부터 핵심 아이디어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객이 가장 행복해할 수 있는 결말"과 "이 영화에 가장 정직한 결말"이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고,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라라랜드의 엔딩은 감동적이면서도 묘하게 씁쓸합니다. 낭만은 있지만, 자기합리화는 없습니다. 관객에게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을까?"라는 질문보다, "그 선택의 순간은 충분히 진실했는가?"를 묻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꿈을 이루지 못한 이야기를 실패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꿈을 향해 달려갔던 시간 자체를 하나의 완성된 순간으로 인정합니다.
연출의 거리두기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연출은 겉으로 보면 클래식한 뮤지컬 영화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카메라의 시선은 의외로 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클로즈업보다는 롱테이크와 와이드 샷이 자주 사용되며, 감정을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습니다. 롱테이크와 와이드 샷을 통한 '거리 두기'는 데이미언 셔젤의 연출 태도를 정확히 포착하는 표현입니다.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기보다, 감정이 발생할 공간을 남겨둔다는 해석은 이 영화가 과잉 감상으로 흐르지 않는 이유를 잘 설명합니다. 색채 연출 역시 감정의 변화를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상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초반부의 강렬한 원색 대비는 꿈과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를 상징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색감은 차분해집니다. 이는 인물들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색채가 감정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내적 변화를 은유적으로 따라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연출은 매우 절제되어 있습니다. 또한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도 중요합니다. 인물들은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노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가 시작됩니다. "감정이 최고조일 때가 아니라, 정리되지 않았을 때 노래가 시작된다"는 점은 라라랜드의 뮤지컬적 특성을 가장 잘 요약한 부분입니다. 이 연출은 뮤지컬을 감정의 해방구가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마음의 표현 방식으로 만듭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재즈를 사랑하는 이야기이면서도, 재즈를 고집하는 태도를 무조건 긍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장르의 현실을 영화 내부에서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러한 연출 방향은 표면적인 화려함에 머물지 않고, 왜 그 아름다움이 오래 지속되지 않기에 더 강렬한지를 논리적으로 보여줍니다. 라라랜드는 보고 나면 명확한 메시지를 남기지 않습니다. 대신 관객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감정을 호출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끝났음에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속 재생되는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감정의 잔향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영화 감상 이후 한 단계 더 깊은 사유로 관객을 이끄는 진정한 예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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